돌로 지은 건물

서울 중구 정동에 있는 조선 시대의 궁궐인 덕수궁 안에는 한국식 건물이 아닌 유럽의 궁전 모습을 한 커다란 건물이 있다. 바로 서양식으로 지어진 ‘석조전’이다. ‘돌로 지은 건물’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석조전은 1900년부터 1910년에 걸쳐 지은 3층짜리 서양식 건물로, 고종 황제가 나랏일을 하고 생활하던 곳이다. 우리나라 전통 건물이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3층으로 지어졌고 요즘 아파트처럼 베란다가 있고 정원에는 서양식 분수도 설치되어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당시에 영국과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았음을 알게 해준다. 석조전은 대한제국의 재정고문으로 있던 영국인 브라운이 제안하고 하딩이 설계를 맡아 짓기 시작했다. 그러다 일본인으로 재정고문이 바뀌면서 석조전 공사는 일본의 오쿠라 토목회사에서 담당하게 되었다. 덕수궁에 서양식 건축물을 세운 이유는 대한제국이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 간다는 것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덕수궁의 진짜 이름은?

덕수궁의 진짜 이름은 ‘경운궁’이다. 경운궁은 임진왜란으로 궁궐이 모두 불타 없어졌을 때, 당시 왕이었던 선조가 임시로 생활했던 곳이다. 광해군 때 이곳을 경운궁이라고 불렀다. 광해군이 창덕궁을 다시 짓고 거처를 옮긴 뒤에도, 경운궁은 가끔씩 왕들이 찾아와 어려웠던 나라를 생각하는 곳으로 남겨지게 되었다. 그런데 1895년에 명성황후가 경복궁에서 일제에 의해 무참히 목숨을 잃는 사건(을미사변)이 일어나자, 고종은 러시아 공사관으로 거처를 옮겼다. 아관파천 이후 고종이 다시 궁궐로 돌아올 때에는 경복궁이 아닌 경운궁으로 갔다. 경운궁은 1897년 고종 황제가 대한제국을 세우면서 새로운 시기를 맞게 되었다. 그 당시 경운궁은 지금보다 약 3배 정도나 더 넓은 커다란 궁궐이었다. 하지만 고종 황제가 일제에 의해 황제의 자리에서 쫓겨나게 되면서 퇴위한 황제가 거처하는 궁으로 그 위상이 떨어지고 말았다. 이름도 그때 덕수궁으로 바뀌었다.